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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항상 기분이 좋아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뭉기 2009. 9. 13. 02:20

 이성교제 안에서 남자가 자신에게 주어졌다고 믿는 사명은 무엇일까? 그것은 두말할 것 없이 책임감이다. 남자에게는 이성교제의 시작과 동시에 책임감이라는 것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성실하지 않던 남자가 여자를 만나고 나서 충실하게 일상을 살아간다. 생각 없이 행동하던 것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편으로 옮겨가게 되는 것이다.

  사실 남자의 책임감이라는 것은 여자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여자가 이성교제를 결정하는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여자는 남자의 어떤 모습을 보고 교제를 결정할까? 사랑일까? 의뢰로 그렇지 않다.(사랑이 조건에 들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여자는 남자의 ‘신뢰’를 가장 중요한 이성교제의 기준으로 삼는다. 만약 신뢰할 수 없는 남자라면 여자는 교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망설일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남자들이 이 사실을 알지 못해서 사랑을 표현한답시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낸다. 그런 남자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그건 사랑의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일방적인 스토킹에 가깝다. 그리고 순간적인 감정을 사랑이라고 불안하게 표현하기 보다는 성실한 모습으로 여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편이 교제를 성사시키는 데에는 훨씬 유익하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신뢰감이 무엇으로부터 오는가? 바로 책임감이다. 책임감은 신뢰감을 형성하는 자양분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남자들의 책임감이 과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여자친구의 기분을 항상 좋게 만들어주려는 태도이다. 내 여자친구는 항상 즐거워야 하고 행복감에 젖어 있어야 한다고 믿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떤 사람이 항상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겠는가? 만일 그런 여자가 있다면 그녀는 조증(躁病)이든지 일상생활 자체를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는 사람일 것이 분명하다.

  남자들이여! 여러분의 여자친구도 가끔은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우울해지며,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에 힘들어하고, 이해할 수 없는 관계의 문제로 눈물 흘린다. 그러므로 슬픔과 우울감이라는 구덩이에 빠져있는 여러분의 여자친구를 억지로 끌어내려 하지 말라. 얼버무리며 “알았어, 미안해, 그냥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하지 말라. 그리고 그 마음을 이해하려 애쓰라.

  하지만 불행히도 남자들은 여자에 비해 그다지 정서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남자가 여자의 감정을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헛다리를 짚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이해하려 애쓰다보면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상대의 몸짓언어와 감성언어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상대의 언어를 사용해서 정서적 공감대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므로 포기하지 말라. 오히려 노력하는 모습 자체로도 그대는 기특한 남자이다.

 

 나 역시 최근까지만 해도 이런 사람이었고 시시때때로 과거를 향해 돌진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의 좋지 않은 기분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그렇다고 방치한다거나 일부러 기분이 상하게 만든다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많고 그것이 변화무쌍한 여자의 기분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이상 상대의 미니홈피에 표시된 기분상태를 보며 그날의 내 기분까지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냥 상대의 좋지 않은 기분을 인정하며 그것에 대해 이제는 잠시 시간을 내어 기도한다.(이것은 흡사 그날의 주가를 확인하며 하루를 점치는 것과 유사하다)

  기도하다보면 문제를 바라보기 보다는 문제의 해결자가 되어주시는 하나님을 보게 된다. 그리고 문제를 가지고 나아온 자리에서 하나님과 친밀감을 나눌 수 있게 된다. 기도라는 것이 무엇인가? 더 구체적으로 중보기도란 무엇인가? 상대의 마음을 가지고 기도하는 것이다. 상대의 심정을 가지고 하나님께 아뢰는 것이다. 상대에게 상처가 있다면 내 몸에 그 상처가 난 것처럼 기도하는 것이 중보기도이다.

  셰익스피어는 “다쳐보지 않은 사람은 남의 흉터를 보고 웃는다.”고 말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는 결코 마음을 나눌 수 없으며 바른 기도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의 기분을 억지로 돌리려 하지 말라. 그리고 오히려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달라고 구해보라. 관계의 친밀함을 이루는 특별한 경험은 이러한 자연스러운 성령의 인도하심으로부터 나오게 되어있다.

  상담을 하다보면 남자친구가 자신을 너무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분들이 종종 있다. 물론 그런 분들의 답답한 심정이 이해는 간다.(나 역시 여자를 답답하게 만들었던, 그리고 지금도 답답하게 만드는 남자 중 하나다) 그러나 완벽한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런 분은 우리 모두의 신랑이 되시는 예수님밖에 없다. 마지막 때가 아닌 지금부터 예수님과의 혼인잔치를 열고, 세상 남자와는 영원히 안녕하고 싶다면 완벽한 남자를 계속 찾으라. 그러나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긍휼이 필요하다. 이 사실을 기억하라. 그리고 남자들이여, 내 여자친구는 항상 기분이 좋아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자유해지라.